어휘, 왜 외워도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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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COLUMN

어휘, 왜 외워도 사라지는가

헬렌북클럽 대표 헬렌 · 약 3분 읽기


 헬렌북클럽으로 자녀의 영어 교육에 대해 문의 주시는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단어를 외우긴 하는데,
왜 돌아서면 잊어버릴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해서 남깁니다.

 


 

단어장을 사줍니다. 매일 몇 개씩 외우게 합니다. 시험도 봅니다.
그런데 한 달 뒤에 물어보면, 아이는 그 단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분명히 외웠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집니다.

책은 읽는데, 그 안의 어휘가 자기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차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 수업에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배운 단어를 2~3주가 지난 뒤에 다시 물어봐도, 열에 아홉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더 많이 외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외우는 방식이 달랐던 것입니다.

 


 

첫 번째 — 뜻만 외운 단어는,
시험이 끝나면 사라집니다

 

많은 아이들이 단어를 '뜻'으로만 외웁니다. abandon — 버리다. 이렇게 일대일로 외웁니다.

이렇게 외운 단어는 단기 기억에 잠깐 머뭅니다. 시험 직전까지는 버팁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면, 쓸 일이 없으니 사라집니다.

뇌는 '쓰지 않는 정보'를 지웁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외운 단어가 실전에서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어 시험은 잘 보는데, 막상 리딩 지문에서 그 단어를 만나면 못 알아봅니다. 시험용 기억과 실전 어휘력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단어를 뜻으로 먼저 주지 않습니다.

먼저 지문 안에서 그 단어를 만나게 합니다. 문맥 속에서 뜻을 유추하게 하고, 그 다음에 그 단어로 직접 문장을 쓰게 합니다. 그리고 잊어버릴 때쯤 — 2~3주 후에 — 다시 묻습니다.

읽고, 쓰고, 다시 떠올린 단어는 장기 기억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야 비로소 아이의 단어가 됩니다.

 

어휘는 외운 개수로 늘지 않습니다.
다시 꺼내 쓴 횟수로 늡니다.

 


 

두 번째 — 책을 읽는다고,
어휘가 저절로 늘지는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는 자연스럽게 늘겠지." 많은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만나는 어휘와, 시험과 학교가 요구하는 어휘는 다릅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단어는 일상적이고 감각적입니다. 그런데 수능 비문학 지문, 학교 시험, 국제학교 교과서가 요구하는 단어는 다릅니다. 추상적이고, 논리적이고, 학문적인 어휘입니다. analyze, contrast, hypothesis, significant 같은 단어들. 이런 어휘는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아무리 읽어도 잘 만나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아카데믹 어휘(academic vocabulary)라고 합니다.

 

생활 어휘와 학문 어휘는 다른 영역입니다. 그리고 점수를 결정하는 건, 거의 언제나 학문 어휘 쪽입니다.

수능 비문학 한 지문을 풀어내는 힘도, 국제학교에서 GPA를 끌어올리는 힘도 — 결국 교과의 어휘를 미리 알고 들어가느냐에서 갈립니다. 교과서를 펼쳤을 때 단어가 이미 눈에 익어 있는 아이와, 단어부터 막히는 아이는 같은 수업을 들어도 남는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학문 어휘는 '저절로' 기다릴 게 아니라, 따로, 의도적으로 쌓아야 합니다.

다만 외우게 하지는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방식 그대로 — 문맥에서 만나고, 직접 쓰고, 다시 떠올리게 하면서 — 학문 어휘를 아이의 것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합니다

 

잊히지 않게 만드는 방식으로 외우고,
점수를 만드는 학문 어휘를 골라서 쌓는 것.

이 두 가지가 맞물릴 때, 어휘는 시험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고, 읽기와 쓰기와 점수로 이어집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2~3주 후에도 단어를 기억하던 학생.

그 학생은 6개월 뒤, 공인 시험에서 점수가 크게 올랐습니다. 외우게 한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잊을 수 없게 만든 결과였습니다.

특별한 암기력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외우는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 헬렌북클럽 대표 헬렌

 


 

NEXT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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